희귀질환 치료의 성지 ‘아주대병원’…유전자 검사수가 증명한다
[희귀질환 치료 현장을 가다②] 아주대병원 희귀질환 거점센터1994년 병원 개원 당시 국내 최초로 유전학클리닉 개설경기남부 희귀질환자들에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의료서비스 제공국내 병원들 가운데 유전학클리닉을 개설한 곳은 아주대병원이 최초다. 아주대병원은 1994년 개원과 함께 유전학클리닉을 개설하고 유전질환에 대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진료 인프라를 구축해왔다. 희귀질환 치료의 ‘성지’라는 이름이 모자라지 않을 정도로 아주대병원은 우리나라에서 희귀질환 치료를 선도해온 곳 중 하나다.2017년 2,200여건이던 세포·분자 유전자 검사 건수가 5년만에 4,000건을 넘을 정도로 아주대병원은 경기남부지역 희귀질환 관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경기남부권역은 2021년도 기준 인구수가 8,611,031명에 달한다. 경기남부권역이 타 권역에 비해 희귀질환 비율이 높은 건 아니지만 희귀질환 호발 연령군인 19세 이하 인구가 전체 권역인구 중 18%를 차지한다. 젊은 인구가 많기 때문에 희귀질환 환자 수 역시 적지 않다.아주대병원 희귀질환 거점센터를 이끌고 있는 손영배 센터장은 “희귀질환이라는 질환의 특성상 환자 숫자가 엄청나게 많은 것은 아니어서 환자수 증가폭이 크지 않지만 다양한 질환의 환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경기남부권역 희귀질환 거점센터에 내원하는 희귀질환자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질환은 다운증후군, 터너증후군, 클라인펠터증후군과 같은 염색체 이상질환이다. 신생아 선별검사에 따른 염색체 미세결실 및 중복 환자들과 신경섬유종증, 근골격계 이상질환, 리소좀 축적질환 등에 따른 환자들이 늘고 있다.경기남부권역 희귀질환거점센터에서는 손영배(의학유전학과) 교수를 주축으로 소아청소년과, 신경과, 산부인과 등의 교수들이 다학제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손영배 교수는 지난 2011년 김현주 전 희귀질환센터장(현 한국희귀질환재단 이사장)의 뒤를 이어 12년째 아주대병원 희귀질환센터를 지키고 있다.아주대병원 손영배 교수를 만나 경기남부권역 희귀질환거점센터의 역할, 그동안의 성과, 앞으로의 계획 등에 들었다.- 아주대병원 희귀질환센터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아주대병원은 1994년 개원과 동시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독립적인 공간에 유전학클리닉을 개설하며 유전질환을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진료해왔다. 그 경험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2019년 경기남부권역 희귀질환거점센터로 지정됐다. 거점센터로 지정된 이후에는 기존에 운영하던 유전학클리닉에 별도의 권역 거점센터 공간을 마련,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경기남부권역 희귀질환거점센터에는 전담 코디네이터 간호사 2명은 물론 유전학 검사실과 연구실에 1명의 교수와 6명의 의료기사가 상근하고 있다. 희귀질환 신환자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세포·분자 유전검사가 필수적인데 임상유전학 검사실을 통해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2012년 DNA 염기서열 분석기계를 도입한 이후 검사 건수가 증가했으며, 2018년 추가 도입 후 현재는 연간 4,000여건의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희귀질환거점센터로 지정된 지 4년이다. 그동안의 성과는 어땠는지 궁금하다.유전학클리닉 운영 경험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환자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의료인, 보호자 등에게도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 결과 2022년의 경우 진료의뢰 및 회송과 유전상담은 목표치의 116%, 권역 내 교육건수는 125%를 달성했다. 또한 아주대병원 유전학 클리닉에서 진료한 질환은 약 119개로 500명이 넘는 신규환자를 발굴해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다만 희귀질환은 고도로 전문화된 의료인력(의사, 간호사, 유전상담사 등)이 매우 중요한데, 정부에서 물심양면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전문 인력을 유지하고 양성하기란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2015년 희귀질환관리법이 제정된 후 희귀질환자들의 진단방랑을 줄이려는 정부와 의료계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희귀질환으로 진단을 받기까지 수년이 걸리고 있는 실정이다.과거에 비해 희귀질환에 대한 인식이 넓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희귀질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환자가 방문하더라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모든 질환이 그렇겠지만 유전성 희귀질환의 경우 진단이 빠를수록 치료와 관리가 용이하다.아주대병원은 오래전부터 유전 클리닉이 있어서 로컬에서 바로 연결을 해주는 환자들이 많았다. 로컬하고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다보니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오는 환자들이 줄고 있는 것 같다. 이는 거점센터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주대병원에서는 지역에서 바로 연결해주는 환자들이 많다고 했는데 지역의 1차 의료기관들과 정기적으로 교류를 하는지.지역마다 과별 의사 집담회가 있어 2019년 거점센터로 지정 받았을 때는 주기적으로 만나서 교육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지난 3년은 대면행사를 거의 못했다. 이제 코로나19도 완화된 만큼 협력병원 교육도 활성화해 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지금도 아주대병원 희귀질환거점센터의 경우 지역 의료기관들과 핫라인으로 연락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놓고 있다. 그곳과 진료협력센터를 통해 의뢰를 많이 해주는 병원들에는 홍보 리플렛 등을 주기적으로 발송하고 있다.- 거점센터를 운영하는데 있어 힘든 점이 있다면?아무래도 거점센터를 운영하는데 있어 인력 운영이 제일 힘들다. 정부에서 전담 간호사 1명에 대해 인건비 명목으로 지원해주는 것은 있지만 센터에서는 전담 간호사 1명 이외에도 코디네이터 1명을 채용하고 있다. 병원에서 추가로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보니 이 분들 대부분이 계약직 신분으로 고용을 보장할 수 없다. 희귀질환의 경우 굉장히 전문적인 분야여서 간호사나 의사조차도 이 분야를 계속 해온 사람이 아니면 환자를 보는 게 쉽지 않다. 때문에 희귀질환은 오랫동안 환자를 계속 볼 수 있는 전문인력이 중요하다. 그런데 자꾸 간호사가 바뀌면 연속성이 유지가 안된다. 전담 간호사나 코디네이터의 고용이 안정적으로 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준다면 큰 힘이 될 것 같다.- 희귀질한 거점센터로서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차별화된 서비스는 무엇이 있으며, 환자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은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다.아주대병원의 경우 진료실 바로 앞에 경기남부권역 희귀질환거점센터와 유전상담실이 마련돼 있어 궁금한 점이 있거나 하면 언제든지 전문상담을 받을 수 있다.지난 2019년부터는 환자 자조모임을 분기에 한번씩 열고 있다. 진료실에서 상담을 해주기는 하지만 한정된 시간과 공간이다보니 충분한 소통이 부족하기 마련인데 자조모임의 경우 서로 같은 상황에 있는 부모님들이 만나서 어려움을 서로 나누고 정서적인 지지뿐만 아니라 작업이나 재활치료 센터 같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많은 분들이 좋아한다. 과거에는 다운증후군이나 파브리병, 프라더윌리증후군과 같은 질환별로도 자조모임을 갖기도 했다. 코로나19로 한동안 대면으로 못했는데 코로나19가 완화된 만큼 분기별로 한번씩 진행해보려 한다.특히 아주대병원의 경우 아이들 방학 때 1박 2일로 캠프를 열고 있는데 굉장히 반응이 좋은 편이다. 지금까지 두 번 열었는데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친구들을 만나 너무 즐거워하고 부모님들은 아이들을 맡기고 쉴 수 있어 좋아하신다. 사실 부모님들도 아픈 아이들을 돌보느라 휴가 한번 제대로 가지 못하지 않나. 올해부터 방학 캠프를 다시 열어볼 계획이다.- 거점센터장으로서 희귀질환자들에게 보다 나은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필요한 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고도로 전문화된 의료 인력과 진료 환경이 필요하다. 전문 의료진 양성을 위한 재원 지원이 절실하다. 또한 유전자 검사가 확대되고 다양해짐에 따라 유전자 검사결과의 해석과 결과 상담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환자에게 유전자 검사결과를 설명하고 질환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며, 가족 검사, 자조 모임 등에 대한 전문 정보를 올바르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는 유전상담사에 의한 유전상담이 필수적이다.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국내는 전문 유전상담사 제도가 정착되어 있지 않아 실제로 어려움이 많다. 전문적 유전상담을 위한 전문 인력, 표준화된 상담 체계 등 제도적 지원기반이 필요한 상태다. 유전상담을 내실화하고 유전상담 표준화를 위한 제도가 마련되도록 질병관리청과 타 권역 센터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가겠다.- 정부가 희귀질환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병원들에 대해 전문화를 추진하고 있다. 아주대병원만의 좀 더 특화된 희귀질환이 있다면.나름대로 통계를 찾아봤는데 아주대병원 희귀질환 거점센터의 경우 염색체 이상 질환이 가장 많은 것 같다. 염색체 이상 질환은 많이 알고 있는 다운증후군, 터너증후군, 클라인펠터증후군과 같이 염색체의 수적 이상을 가진 질환이다. 최근에는 신생아 선별검사를 통해 발견된 염색체 미세결실 및 중복을 가진 환자들도 많이 내원하고 있다. 그 다음이 신경섬유종증, 골이셩성증 같은 근골격계 이상질환, 리소좀 축적질환(LSD) 등이다. LSD는 개인적으로도 관심을 갖고 있을 뿐아니라 아주대병원에서 오랜 시간 동안 진단하고 연구해온 질환이기도 하다.- 특별히 LSD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LSD는 의료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다. 예를 들면 LSD 질환에서는 주사로 부족한 효소를 보충해 주는데 주사로 효소를 보충해줘도 뇌가 이미 손상이 된 경우에는 그걸 회복을 시킬 수가 없다. 또한 뇌 혈관 장벽으로 인해 혈관으로 주입해도 뇌로 약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데 뇌로 약이 들어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이러한 점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치료법들이 개발되고 있어 이를 배우기 위해 지난해 미국으로 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새로운 치료법은 어떤 것을 말하나.유전자 치료다. 유전자 치료는 유전자 기능을 변경하는 치료로, 특정 유전 질환 때문에 정상 유전자가 결여된 사람의 세포에 정상 유전자를 삽입하거나 바이러스 벡터에 유전자를 넣어 유전자를 바꿔주는 치료법이다. 즉, 태아 때부터 효소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다. 주로 첫째 아이가 환자인 경우 둘째 아이도 확률이 있으니 임신한 상태에서 검사를 해보고 진단이 되면 임신 중에 유전자 치료를 해서 질환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게 된다.대개 임신 중 아이에게 문제가 있으면 임신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국에는 다양한 인종이나 종교적인 문제로 임신을 중단하기 어렵다보니 태아 상태에서 치료를 시작하는 새로운 치료법들이 많이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도 아직은 임상시험 단계다.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되어 표준치료가 되기까지 좀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생명윤리적인 문제 등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오기까지는 먼 이야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연수하면서 느낀 것은 LSD뿐만 아니라 다양한 유전질환에서 향후 10년 내에는 유전자 치료가 표준치료가 되겠다는 것이었다.